납품 규격이 값을 정합니다
"4K로 주세요"라는 한 줄이 견적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아는 담당자는 드뭅니다. 어디에 트는지가 정해져야 파일이 정해지고, 파일이 정해져야 값이 나옵니다.
견적서를 보내드리면 회신에 이런 한 줄이 자주 붙습니다. "4K로 주세요." 요청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높은 숫자가 좋은 것이라는 감각은 카메라와 텔레비전을 사면서 이미 몸에 붙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는 그 한 줄에 답하지 않고 되묻습니다. 어디에 트실 건가요. 질문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그게 정해지지 않으면 어떤 파일을 만들어야 할지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납품 규격은 제작이 끝난 뒤에 고르는 포장이 아닙니다. 촬영할 때 카메라를 어떻게 세팅할지, 편집할 때 자막을 어디에 놓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조건입니다. 그래서 견적보다 먼저 묻습니다.
화질은 절대적인 숫자가 아닙니다
해상도는 영상이 가진 성질이 아니라 영상과 화면 사이의 관계입니다. 같은 파일이라도 6인치 휴대폰에서 볼 때와 가로 8미터 전광판에 띄울 때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됩니다.
휴대폰 화면에서는 1920×1080으로도 눈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촘촘합니다. 4K를 올려도 사람 눈이 차이를 잡아내지 못합니다. 반면 전광판은 픽셀 하나가 손톱만 해지는 크기까지 확대되므로, 원본에 정보가 모자라면 자막 테두리부터 톱니처럼 깨집니다.
그래서 "화질을 최대로" 는 답이 아닙니다. 트는 화면의 크기와 거리에 맞춰 필요한 만큼이 답입니다.

세 곳이 서로 다른 파일을 요구합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납품처는 크게 셋으로 갈립니다.
웹과 유튜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질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유튜브는 어떤 파일을 올려도 자기 규격으로 다시 압축합니다. 화질을 최대로 올린 무거운 파일을 올리면 업로드에만 몇 시간이 걸리고, 결과는 적당히 압축한 파일과 거의 같습니다. 홈페이지에 직접 거는 영상이라면 더 분명합니다. 파일이 무거우면 방문자가 재생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다 나갑니다.
행사장과 전광판. 여기서는 화면비부터 확인합니다. 16:9가 아닌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가로로 긴 띠 형태,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 기둥을 감싼 형태까지 현장마다 다릅니다. 현장 규격을 모르고 16:9로 만들어 가면 좌우가 잘리거나 위아래에 검은 띠가 생깁니다. 압축도 최소한으로 잡습니다. 크게 띄울수록 압축 흔적이 그대로 보입니다.
방송 송출. 이쪽은 규격서가 따로 옵니다. 해상도와 코덱뿐 아니라 음량 기준까지 정해져 있고, 기준을 넘으면 접수 단계에서 반려됩니다. 영상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숫자가 안 맞으면 되돌아옵니다.
초당 몇 장인가도 규격입니다
해상도만큼 자주 어긋나는 것이 초당 장수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마지막까지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웹은 대체로 초당 30장을 씁니다. 방송은 29.97장이라는 소수점이 붙은 값을 쓰고, 극장 쪽은 24장을 씁니다. 숫자가 비슷해 보이지만 섞이면 화면이 미세하게 끊깁니다. 30장으로 만든 영상을 방송 규격에 맞춰 변환하면 움직임이 빠른 구간에서 잔상이 생기고, 24장짜리 소재를 60장 영상에 그대로 얹으면 그 구간만 다르게 보입니다.
슬로모션을 쓸 계획이라면 촬영 단계에서 정해야 합니다. 초당 120장으로 찍어둔 소재는 네 배까지 느리게 늘려도 부드럽지만, 30장으로 찍은 소재를 느리게 만들면 뚝뚝 끊깁니다. 이건 편집에서 살릴 수 없습니다. 카메라 설정에서 이미 정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면비가 바뀌면 편집이 다시 시작됩니다
납품 규격을 나중에 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파일 하나 더 내보내는 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해상도만 바뀌는 경우라면 그 말이 대체로 맞습니다. 내보내기를 한 번 더 돌리면 됩니다. 문제는 화면비가 바뀔 때입니다.
가로 영상을 세로로 만들려면 양옆을 잘라내야 합니다. 인터뷰 장면에서는 화면 왼쪽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프레임 밖으로 밀려납니다. 제품 컷에서는 제품의 절반이 사라집니다. 아래쪽에 깔아둔 자막은 세로 화면에서 지나치게 커지고, 오른쪽에 배치한 로고는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막 위치를 다시 잡고, 그래픽을 다시 배치하고, 컷마다 어느 부분을 살릴지 하나씩 정합니다. 이건 내보내기가 아니라 편집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촬영 단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세로 화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잡은 구도는 아무리 잘라도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견적 전에 묻습니다
(주) 피에스엠와이 | PSMY 가 견적을 내기 전에 확인하는 것은 여섯 줄입니다.
어디에 트는가. 웹인지 행사장인지 방송인지. 여럿이면 각각 적습니다. 화면비는 무엇인가. 행사장이라면 현장 담당자에게 화면 규격을 받아둡니다. 파일 형식과 용량 한도가 있는가. 업로드 시스템에 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막을 화면에 태우는가 따로 주는가. 화면에 태우면 어디서 틀어도 그대로 보이지만, 문구를 하나 고치려면 영상을 다시 내보내야 합니다. 따로 주면 플랫폼에서 켜고 끌 수 있고 수정도 가볍지만, 행사장 상영처럼 자막 파일을 못 읽는 환경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다국어가 붙으면 여기서 갈립니다. 음량 기준이 있는가. 방송과 일부 공공기관은 기준값이 정해져 있습니다. 납품 시점과 방법. 전달 방식에 따라 파일을 나누는 단위가 달라집니다.
이 여섯 줄이 채워지면 만들 파일의 목록이 확정되고, 그 목록에서 공수가 나옵니다. 납품 버전이 하나 늘 때마다 작업이 얼마나 붙는지는 기획 단계에서 정하면 예측 가능한 범위에 머물지만, 편집이 끝난 뒤에 정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납품 형태는 가로 본편, 세로형, 숏폼 컷다운, 광고 소재 버전, 썸네일, 업로드 문안, 자막 파일, 다국어 자막까지 나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전부 필요한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정하고 시작하면 한 벌로 끝납니다. 정하지 않고 시작하면 어딘가에서 깨져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어딘가는 대체로 가장 중요한 데입니다 — 투자 설명회 당일의 무대 화면이거나, 채용 설명회장의 스크린이거나.
제작 유형별 구성과 기준가는 psmygroup.com 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규격까지 넣어 우리 건의 범위를 보시려면 견적 범위 계산에 여섯 칸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01영상을 4K로 받으면 항상 더 좋은가요?
- 트는 데에 따라 다릅니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은 플랫폼이 어차피 다시 압축하므로 체감 화질이 거의 달라지지 않고 업로드 시간만 길어집니다. 반대로 대형 전광판이나 방송 송출은 해상도가 모자라면 글자부터 무너집니다.
- 02납품 규격을 나중에 정하면 안 되나요?
- 편집이 끝난 뒤에 규격이 바뀌면 내보내기만 다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면비가 달라지면 자막 위치와 그래픽 배치를 전부 다시 잡아야 하고, 세로형이 추가되면 촬영 단계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03가로로 찍은 영상을 세로로 바꿀 수 있나요?
- 잘라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양옆이 사라집니다. 인터뷰라면 얼굴이 화면 끝에 걸리고 제품이라면 반이 잘립니다. 세로가 필요하면 촬영할 때 세로 컷을 따로 잡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